서울살이 19: 길에 떨어진 작은 열매가 은행인 줄 모르고 칠레에서 보던 작은 살구열매라고 생각했다. 여름에 옆집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살구를 주워 마말레이드를 만들곤 했었다. 내딴에는 설탕을 쏟아 부어 만들었는데 친구들이나 아파트 경비아저씨들에게 선물로 주면 더 달게 만들어 달라고 투정들을 부렸다; 생각해보니 17년만에 한국의 가을을 맞는다. 늘 2월 여름방학에 오고, 7-8월 학회 참석 차 가끔 왔었고, 딱 한번 추석무렵 학회가 있어 왔었다; 지난 17년 동안 내게 산은, 날 것 그대로의, 건조하고 험한 안데스산이었다. 가까운 등산코스도 해발 2천미터는 거뜬한, 가파른 산, 사람들을 위한 작은 계단 따위는 감히 바랄 수 없는 산이었다. 트레킹 갈 때마다 덩치/체력 좋은 칠레친구들 틈에서, 게다가 키마저 큰 미국/독일 친구들까지 합류하면 나는 늘 꼴찌였다.그래도 원정이는 느리지만 절대 포기는 안한다며 친구들이 헉헉대며 내려오는 나를 기다려줬었다. 아기자기하고 녹음이 우거진 산을 보니 내가 한국에 있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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