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 온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독한
기침감기를 앓았다. (알고 보니 감기가 아니라 바이러스성 기관지염이었지만....) 어지간한 감기는 꿀물에 레몬 한쪽 넣어 마시거나 한국에서 가져온 감기약을 며칠 먹으면 다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기침이 너무 심해 잠을 자기 힘들 정도였다. 건조한 기후도 한몫 더해서 기침하고 물 마시고를 반복하다 잠들만하면 화장실에 가야 하고... 나중엔 기침이 너무 심해서 가슴부터 배까지 아플 정도였다. '잘 먹고 잘 살자'가 내 생활모토인데 입맛이 없어보기도 처음이었다. 저녁 무렵엔 진땀까지 뽈뽈 나고... 심지어 어느날 아침에는 코피까지 줄줄.....
혼자 끙끙 앓으며 든 뜬금없는 생각은 이제껏 집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한 싱크대나 컴 앞에서 밥을 먹었지만 이제부턴 혼자 먹을 때에도 식탁에서 먹어야 겠다는 것이었다. 옛 제자가 내 안부를 물으며 하는 말, "이럴 땐 정말 바보 같아도 남자가 한 명 있음 좋은데..." 나도 그런 생각을 잠깐 했더랬다. 정신이 좀 들고 나면 "이 바보 같은 놈"하고 불평할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잘 먹고 잘 살기 151
잘 먹고 잘 살기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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