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26, 2020

못난이의 도전 341

- 어느 해.
겉멋이 들어 무리해서 맥북을 장만했다. 학회에 가보면 미국/유럽 교수들 대부분이 맥북을 쓰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 정작 써보니, 도대체 뭐가 편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윈도우에 익숙한데다 컴맹이기까지 하니, 내가 왜 비싼 돈 들여 이걸 샀나 싶었다. 가벼운 건 좋았다.

- 2020년 2월 한국에 갈 때 맥북을 가져갔다. 나를 옆에서 보던 조카가 "아니 고모는 이 좋은 노트북을 사서 왜 이렇게 쓰는거야!" 그러더니 가로수길에 있는 애플매장 사이트에 들어가 맥북 기초 코스를 찾아 보여주며 말했다. "이런 것도 좀 듣고 그래!!." 그러더니 자기도 같이 간다며 수강신청(?)을 했다. 맥북의 기초부터 음악 편집까지, 정말 다양한 무료 강의가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다!

- 쉰 넘은 아줌마가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강의를 듣고 있자니 눈치가 보인다. 옆에서 "고모 고모"하는 소리를 들은 강사는 마이크를 낀 채로, "와, 고모님이세요!! 대단하세요. 보통 어르신들은 모르셔도 이렇게 배우실 생각은 못하십니다!" 그러더니 뭐 하나 가르쳐줄 때마다 "고모님, 이해하셨어요?"를 외친다. 아.. 챙피해 죽는 줄 알았다.

- 챙피함을 무릅쓰고 들은 강의가, 코로나바이러스와 더불어 빛을 발했다. 갑작스런 사태에 개강 일주일 만에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하는데, 물론 윈도우로도 가능하지만, 가로수길에서 배운 맥북의 장점을 활용해 보니 재미있다. 세상에 그냥 하는 일은 없다.

못난이의 도전 342
못난이의 도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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