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가 어른들 모임이 있는데
지난 번 모임은 작은 고모댁에서 했다고 한다.
"어머, 고모가 힘들텐데 집에서 음식을 다 하셨대요?" 우리 모친, "흥, 고모가 몇가지 차렸더라. 왜 민씨댁 따님들 그런거 있잖니."
"고모가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그래도 고모는 나이 들어도 예쁘더라." 우리 모친, "흥, 뭐 관리를 많이 하겠지. 운동 많이 하나 보더라. 민씨댁 따님들, 흥"
신기하다, 어렸을 때도 '민씨댁 따님들' 부분에선 할머니와 모친이 고부관계를 떠나 묘하게 한 편이 되는 걸 여러번 느꼈더랬다. 고모할머니의 붓글씨를 보고 "와, 고모 할머니 서체가 너무 좋아요"라고 했을 때에는 할머니께서 "민씨댁 따님들, 흥"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역시 '민씨댁 따님'인 나는 '민씨댁 따님들'이라는 할머니와 모친의 약간 흥흥거리는 억양이 무척! 거슬린(렸)다. 내가 보기에 우리 고모 할머니 서체가 참 좋고 우리 고모들은 나이가 들어도 참 예쁜걸 어쩌라구!
명성황후를 포함 조선시대 모두 네 명의 민씨 왕후 중 태종 이방원의 어머니 원경왕후 민씨, 즉 세종대왕의 어머니가 민씨, 칠레라면 세종대왕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 써야 하거늘 어릴 때부터 할머니께서는 "너희 고조할아버지는 대원군 파였다"를 반복하시며 "민씨댁 따님들"을 성토하셨다. 할머니와 모친께서는 내가 두 분의 오빠에 대한 무조건적 장손사랑에 반기(?)를 들 때에도 역시 '민씨댁 따님들'을 운운하셨다.
조선시대 왕후와 후궁에 대해 연구한 <조선왕실 왕비와 후궁의 생활>이라는 책이 나왔다고 한다. 내명부와 외명부의 수장인 왕비를 뽑는 기준은 "얌전하고 착한 게 1순위"였다고 한다. 보라, "민씨댁 따님들"은 얌전하고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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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그렇담 교수님은 예외신걸까요?!
CH
@park chehoon 매를 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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