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06) 추석 미사: 한칠레를 오가기 시작한 20년 전부터 시차 적응은 뭘해도 일주일 (혹은 이주일)이라는 진리를 깨닫고 그냥 되는대로 지내다보니 어제도 낮에 푹 자고 새벽에 깨서는 생전 처음 이른 아침 미사에 갔다 (그 시간에 성당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고 저으기 놀랐다). 추석 전날이면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어 솔잎을 깔아 찌고, 차례를 지내고 나면 사촌들과 깨송편 골라먹기 내기를 하던 일은 이미 오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기억이 있음에 감사하다). 언제고 옛 흉내를 내 차례상/제사상 차려보겠다는 다짐은 겨우겨우 매달려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리 상을 차려주는 곳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저 작은아버지께서 보내주신 이해인 수녀님의 시로 갈음할뿐.
《달빛 기도》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 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글어지기를
두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달이
먼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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