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뭐길래 11
Covid-19로 학교 수업이 3월 16일부터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활동반경과 생활습관이 바뀌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컴과 보내다보니 공부방이 답답해 거실 식탁을 책상 겸, 식탁 겸, 놀이 겸, 다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도 하고, 티비도 틀어 놓고, 밥도 먹고, 퍼즐도 하고....
이왕 살림살이 옮긴 김에 공부방 정리를 시작했다. 구석에 쳐박아 두고 '시간날 때 정리해야지' 하던 물건들, 정리 안 된 책장, 다 꺼냈다. 공부방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정리라는게 하루이틀에 되는게 아니다. 일도 해야 하고 기운이 딸려 하루 종일 정리도 못하다 보니 공부방에 쌓인 산머디를 보며 이걸 언제 다 치우나 슬슬 꾀가 나기 시작했다. 일부러 못 본 척, 기분 내킬 때마다 조금씩 정리를 하다보니, 버릴게 왜 이리 많은가. 왜 이리 버릴 것들을 쌓아 두고 사는가.
집콕 한 달이 지나니 거실 생활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제법 정리가 된 공부방으로 다시 살림을 옮겼다. 일은 공부방에서, 먹기와 놀기는 마루에서. 행동반경 (그래봤자 집 안)을 좀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12일 기준) 새로운 행동반경에 베란다가 들어갔다. 이 집에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요즘처럼 베란다에 자주 나가본 적이 없다. 칠레사람들은 베란다에 의자와 테이블을 두고 차도 마시고 베란다가 좀 넓은 사람들은 바베큐도 하지만, 나는 굳이 따가운 햇살 쬐는 걸 즐기지 않아 거의 나갈 일이 없었다. 달? 퇴근 길에 초생달이 보이면 달 떴네 정도였다. 집콕이 길어지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산등성이 얼마나 보이나도 보고, 밤이 되면 오늘은 달이 떴나도 보고, 낮에는 밖에 차/사람들이 얼마나 다니나도 보고, 주변 건물들도 보고.... 그리고는 화분이 말 걸까봐 얼른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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