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2월 여름방학 : 물난리 1
잠시 한국에 와 있는 사이 칠레 우리집에 대형사고가 터졌다. 한국시간 밤 12시 (칠레시간 낮 12시) 무렵 아파트에서 날아온 이메일. '누수 신고가 들어와서 살펴보니 수도계량기가 미친듯 돌아가고 있어 일단 찬물 더운물을 모두 잠갔다. 누가 와서 집을 살펴보면 좋겠다' 칠레친구들에게 whatsapp을 치니 한 명은 입원, 한 명은 남쪽으로 휴가.. 게다가 늘 누군가에게 집 열쇠를 맡기고 오는데 하필 이번엔 그냥 왔다. 여차저차 옛 제자에게 연락이 닿았다. 제자, 아파트경비아저씨, 아파트기술자아저씨, 관리인, 열쇠수리공이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욕실 세면대 수도꼭지가 터져 물이 공부방과 마루로 흘러 홍수가 났던 모양이고 내가 13층에 사는데 8층까지 물방울이 떨어졌단다. 세면대 수도꼭지가 혼자 터졌다는 소리는 생전 처음 듣거니와 너무 놀라 칠레랑 소식 주고 받으며 덜덜 떨다 밤을 꼴딱 샜다. 일정 바꿔 칠레로 가야겠다 하며 하룻밤 지나고 나니...
긍정마인드 : 아차피 사고는 터진거 그냥 일정 마치고 가자. 마침 지인들이 상황파악을 해주니 얼마나 감사한가. 30시간 여행 후에 가도 주말이고 지금 휴가철이라 일은 더더욱 더딜게다. 물이 다행히도 전깃줄 있는 곳은 다 피해갔다. 누전에 합선에 불까지 안난게 얼마나 다행인가. 아파트 측 메일에 따르면 '사고 신고'가 들어온 시간은 칠레시간으로 새벽 5시 경이다. 누구 말처럼 새벽 3-4시 경에 '사건'이 터졌을테고 수도꼭지 터지며 물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대단했을텐데 집에 있었으면 얼마나 놀랐겠냐고... 아파트가 지은 지 10년이 지나 슬슬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해 다 닳아빠진 양탄자를 마루로 바꾸려다 1월에 너무 덥고 꾀가 나서 3월로 미뤘는데 수리하고 물난리 났으면 얼마나 억울할 뻔 했나... 은행직원이 겁을 줘서 울며겨자먹기로 집 관련 보험을 들었다. 짠돌이 칠레사람들이 얼마나 보상을 해 줄지는 몰라도 그 직원한테 얼마나 고마운가.
놀란 마음과 복잡한 생각으로 잠을 못자다 긍정마인드로 정리하고 간만에 푹 잤다. 2019년 돼지띠 해는 집부터 뒤집어 엎는 일로 시작하니 버릴거 버리고 정리하는 해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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