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3, 2019

못난이의 도전 317

물난리 2


물난리가 난 집 상태는 생각보다는 양호함. 물난리가 난 다음날부터 칠레제자가 애써줘서  기술자, 관리실아저씨, 보험회사검시관 등이 집에 다녀감. 물에 젖은 책 한 권, 가방, 상자 몇 개 등등은 그사이 물기가 다 말랐음. 두 주 이상 창문이 열려있어 온 집이 먼지로 가득. 보험회사에 서류 제출하고, 휴가 간 기술자 아저씨가 돌아오면 수리비 예산안 청구하고, 수리하고..... 하나하나 해결하기로. 경비아저씨들과 얘기해보니 물이 1층 경비실 바깥까지 흘러내렸다는데, 건물에 창틀을 따라 흐르는 무슨 호스라나.. 여하튼 그런게 있어서 다른 아파트에도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함. 곰팡이 냄새 솔솔 나는 집에서 나는 jetlag+36시간 여행길의 피로함으로 자다가 짐정리하다 일하다를 불규칙하게 반복 중. 긍정마인드: 여름이라 창문이라도 열어 놓을 수 있어 다행.

시차로 낮에 실컷 자고 새벽에 깨서 "물난리 사건 당일" 새벽에 일한 경비아저씨랑 수다 떨고 옴. 순찰을 돌다 보니 우리집 수도계량기가 미친듯 돌아가고 있어서 일단 찬물/더운물 다 잠갔다고 함. 그때가 새벽 5시 좀 전이었는데 우리 아래층 라인에 새벽부터 인터폰으로 무슨 일 없냐고 물어서 오히려 이웃들은 새벽에 잠을 깨운게 더 불편했다고 함. 아저씨 말씀이 우리집이 처음이 아니라고. 칠레에 지진도 있고, 지진까지는 아니어도 가끔 흔들흔들하고, 물에 석회가 많아 수도꼭지며 관에 석회가 쌓여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고. 그래서 칠레친구들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솓구쳐 나왔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도 않은게다.

어느 분은 잠이 안와서 하루에 서너시간만 자고 일을 하신다는데, 나는 (칠레시간) 금요일 오후 도착해서 거의 여행시간만큼,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잠을 자다가, 깨워줄 왕자는 없고 너무 자서 등짝이 아파서 깬다. 잠자는 와중에도 중간중간 깨서 끼니와 한약을 챙겨 먹는 것을 잊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잠깐이지만 나름 할 일도 한다.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잠에서 깨보면 뭔가를 했다. 한국의 미세먼지? 산티아고의 공해와 먼지 구경을 못한 자는 미세먼지를 불평하지 말지어니. 온집안에 미세하게 번지는 곰팡이 냄새 때문에 창문을 죄다 열고 집에서 잠만 자는 나는 세수하고 스킨로션을 발라도 화장솜이 가무잡잡해진다.

아파트 수리 전담 기술자 아저씨는 여름 휴가 중. 이 양반이 와야 수리 견적도 내고 견적서 보험회사에 제출하고 어쩌고 저쩌고가 되는데. ... 이러면 어떠리 저러면 어떠리... 언제고 되겠지. 경비아저씨에게 우리집 라인의 국적/인종을 물으니 칠레 프랑스 이태리 영국.. 에잇! 경비아저씨 왈, 동양여자 혼자 찾아가는 것 보다는 기술자 오면 혹시 수리가 필요한지 볼겸 같이 거란다. 옳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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