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에 갈 때
칠레 공항 면세점에서 와인을 두 병 샀다. 면세점에서 샀으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미국에서 비행기를 갈아 타면서 '액체반입금지' 문제로 검역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안되면 그냥 안되는 거지 갑자기 Stop! Don't touch! Away! 난리가 나고 나는 범죄인 취급을 받았다. 검역원 명찰을 보니 히스패닉계 이름이고, 영어로 시작된 실랑이는 스페인어로 끝났다. "난 면세점에서 산 거라 되는 줄 알았어요." "Oh, no. 그건 산티아고에서 미국까지고, 다시 미국에서 비행기를 탈 때는 반입 금지입니다."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해요?" "세 가지 방법이 있죠. 나가서 다시 부치고 오던지, 마시던지, 버리던지." 그러면서 "제기X, 동양애가 뭔 스페인어까지 해." 하고 중얼중얼 욕을 하는게 들렸다. 뚜껑 열린 나, "그럼 나가서 다시 부치고 올게요. 이 개x식아" "하, 어디 그래 보시던지."
한국항공 카운터에 가서 와인 두 병을 부치겠다고 하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부치셔도 포장이 제대로 된 게 아니라서 깨질텐데요..." "괜찮아요. 부칠 거에요." 항공사 직원은 테잎을 칭칭 감아 나름 최선을 다해 포장을 한 후 부쳐주었다.
성질을 부릴대로 부리고 한국에 도착할 때 쯤엔 와인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 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커다란 프라스틱 통 안에 담긴 무엇인가가 벨트를 계속 빙빙 돌고 있었다. "누구야, 저딴거 부치고 안 찾아 가는 사람.." 투덜거리면서 다시 보니 세상에나, 바로 내가 부친 와인 두 병이었다! 허접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아주~~ 무사했다.
어쨌든, 비행기를 갈아 탈 때에는 면세점에서 함부로 뭘 사지 말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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