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중남미한국학을 진흥시키고 싶다는 야심찬 메일을 받았다.
"제가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계십니다"라는 어마어마한 칭송을 곁들인 메일이었다. 친구에게 농담반 진담반, "나는 하루하루를 사는 것 자체가 바빠 중남미한국학을 진흥시킬 꿈을 꿀 겨를조차 없다"고 했지만, 과연 메일을 보낸 분이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이 어떤 모습일까에 대하여는 나도 잘 모르겠는 일이었다.
외국대학에서 일하는 교수?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나? 실적 내느라 밤잠 설치는 나? 가끔은 외로움에 진저리를 떨면서도 이겨내고 싶은 오기로 버텨내는 나? 과연 그 분이 되고 싶은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계신 나'는 어떤 나인가? 가끔 "한국은 경쟁이 심하잖아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보고 싶어요"라는 메일을 받을땐 대놓고 화를 냈는데, 이건 참 답이 없다.
어디 한국만 경쟁이 심한가. 한국은 그 경쟁이라는 것이 대놓고 눈에 보이는 사회고 서로가 서로를 긴장시키는 사회라면 외국은 (최소한 칠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섬뜩한 경쟁이 존재하는 곳이고 어디고 밥 먹고 살기는 똑같이 힘들다는게 내 지론이다. 어느 분 말씀대로 소통의 색깔과 두께가 다를 뿐이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한 방에 훅 가지 않으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느끼며 현재를 열심히 살 뿐이다. 그 분이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의 나는 무엇인지 여전히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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