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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24, 2020

못난이의 도전 339

코로나바이러스가 뭐길래 6
3월 9일 개강. 2019년 10월에 시작된 시위와 대학입학시험 파행으로 일주일 늦게 개강. 그나마 신입생들은 대학입학절차가 늦어져 아직 수강신청도 못한 상태. 3월 15일 대학 측에서 온라인수업 발표.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작스런 확산: 3월 7일 첫 확진자, 8일 2, 9일 13, 10일 18, 11일 20, 12일 33, 13일 43, 14일 61, 15일 73, 16일 155.....

4월 헌법개정안찬반투표를 전후해 대규모 시위가 있을 것을 예상해 온라인수업을 준비하고는 있었으나, 예상 외의 복병이 등장해 생각보다 빨리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다. 마침 내 수업은 Canvas라는 플랫폼인데 비디오수업을 할 수 있어 굳이 Google Scholar나  Zoom 프로그램을 따로 사용하거나 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릴 필요는 없다.

2017년 12월, 독일에서 신나게 한 학기를 보내고 있는데 학교 교수학습센터에서 메일이 왔다. 2018년부터 Canvas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인데, 내 수업을 포함한 스무 개 정도의 수업이 학교 전체 학부 수업에서 Canvas 실험 대상으로 뽑혔고, 담당 교수들은 Canvas 활용법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독일에 있는 동안 칠레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고, 왜 하필 내 수업이야, 하며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독일에 있는 걸 핑계 삼아, "나도 너무너무 듣고 싶지만 지금 독일에 있어서 할 수가 없고 어쩌고 저쩌고.. " 라고 답을 했다. 학교 측 답, "걱정하지 마세요. 독일에서 2018년 2월에 오신다구요? 그때 저희가 따로 수업을 해드리겠습니다."

2018년 2월, 독일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Canvas 활용법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3월 1학기 부터일부 학과에서 Canvas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아직 내가 속한 역사학과는 옛 플랫폼을 쓰는데 내 수업은 pilot 수업이었기 때문에 Canvas를 사용했다.

2019년 3월. 역사학과는 8월 2학기부터 Canvas를 사용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나는 어차피 한 번 사용한 경우라 계속해서 Canvas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3월 15일 밤, 학교 측에서 앞으로 (최소한) 두 주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을 하지 말고 온라인 수업을 하라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Canvas를 사용하지 않던 모든 수업들이 일시에 Canvas로 전환되었다.

갑자기 처음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접한 일부 교수들은 패닉이 되었다. 게다가 신기술에 느린 인문대 교수들은 더했다. 나같은 기계치도 만약 갑자기 새로운 프로그램을 사용하라고 했으면 멘붕이 되었겠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던 터라 별 불편함이 없었다. 문득, pilot 수업으로 뽑혔다는 연락을 받고 짜증났던 마음에 미안해졌다. 세상에 필요없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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