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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December 9, 2013

칠레미장원탐방기 57

매년 국제한국학세미나가 끝나고 나면
이러저런 증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행사가 있는 시기는 학기말과 겹쳐 밀린 피로가 한꺼번에 폭발한다. 행사를 준비하는 몇 달 간은 자도 자는 것 같지 않고 조금 자도 피로함을 모르고 신들린 듯 행사를 치루고는 푸닥거리 후폭풍을 겪는다. 어느 해인가는 한쪽 눈이 빨간 토끼눈이 되기도 했고, 어느 해인가는 허리 근육이 뭉쳐 앉았다 일어났다를 잘 못했고, 어느 해인가는 거짓말 안보태고 이틀을 꼬박 잠만 자기도 했고 (눈을 못 떴다고 해야 맞긴 하다)....

올해 (2013년)는 일이 더 많았는데도 행사 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그저 잠을 자기도 힘들 정도로 기운이 없어 (방전상태) 나도 모르게 "아, 한약이라도 먹었으면..."하고 중얼거렸을 뿐이다. 그런데 발가락이 좀 뻐근하다 싶어 보니 이게 뭔가, 발가락 사이에 가는 못으로 뚫은 것 같은 구멍이 나 있다. 그런데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이게 뭔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봉소염, 봉와직염, 어마끔찍한 얘기 뿐이다.

칠레에서 병원갈 생각을 하니 이러저런 절차가 너무 귀찮다. 한국에 있는 의사 친구에게 흉측한 몰골(?)을 사진으로 찍어 X톡으로 보냈다. "나 이렇게 죽는거니?" 친구 왈, "진균감염이야. 일종의 무좀. 구멍은 감염이 지속되어서 궤양이 생긴거야. 항생제는 먹으면 안되고 소독만 잘해줘. 저항력이 떨어지면 균이나 바이러스감염이 나타나는 수가 있어. 너 요새 피곤하니?"

맞다. 피곤했다. 극심하게... 하지만 정말 살다살다 별 꼴을 다 겪는구나 싶었다. 내가 이런 지저분한 균에?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다고 해도 안 씻은 것도 아닌데 왜? '구멍'은 친구말대로 소독약을 며칠 바르니 감쪽같이 없어졌지만 마음에는 구멍이 뻥 뚫린 듯 서글펐다.

그런데 행사 사진이며 비디오를 정리하다보니 서글픔은 사라지고 내년에는 누구를 부를까, 머리 속으로 계획을 짜고 있다. 페이퍼를 어디어디 보내야 하고, 출판 준비를 해야 하고, 출판비를 구해야 하고, 누구누구한테 이러저런 내용으로 이메일을 보내야 하고, 보고서 A, B, C etc.를 써야 하고.....

칠레미장원탐방기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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