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Sunday, December 8, 2013

못난이의 도전 130

나는 차가 없다.
어느날 우리 학생들 모임에 나온 한국인 A가 "어? 교수님, 차가 없으세요?"한다. "네, 없어요." "어... 어떻게 차가 없으세요?" "돈이 들어서 차를 안샀는데요." "어떻게 교수님이 돈이 없으세요?" "여긴 교수월급이 얼마 안돼요." "그래도 카대 교수신데..."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왜 차가 없냐"는 소리는 여기 사시는 한국분들에게서 도 10년 째 늘 듣는 질문이다. "차도 못 살 정도로 가난하면 그딴 교수를 왜 하냐"고, "그 정성으로 차라리 한인촌에 와서 장사를 하라"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한국분들과 모임 때마다 "아니 차가  없어?" 내지 "차도 없어?" 라는 걱정과 무시조의 비아냥을 넘나드는 소리도,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로부터 "그러지 말고 작은 거라도 한 대 사세요.. "라는 걱정(?)도, 수도 없이 들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교수 본봉이 얼마 안되고, 내가 일하는 학교는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에 따라 운영되는 학교고 더군다나 나는 내가 부지런히 일하고 뛰어 존재감을 알리고 프로젝트를 따오지 않으면 나도 한국학도 불안한 위치에서 일하고 있다. 매년 달라지는 프로젝트를 믿고 함부로 생활비를 계획할 수는 없다.

여기서 집을 고를 땐 늘 교통이 편한 곳을 우선 조건으로 삼았다. 집도 학교도 지하철 바로 앞에 있다. 칠레친구들은 모임이 있으면 나를 오고, 데려다 주기도 하고, 합승택시를 타기도 하고 radio taxi를 부르기도 하고... 별로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차가 없다"고 말하는게 별로 부끄럽거나 자존심 상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력서 들고 여기저기 다닐 때에 비하면, 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닿아 이만큼을 살아 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신기하고 내 삶에 감사하다. 어쨌든 나는 차가 없고, 교수가 차가 없다는 사실이, 그리고 교수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차가 없다고 말하는게 한국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의아한 일인가 보다.

못난이의 도전 131
못난이의 도전 129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