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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3, 2013

못난이의 도전 122

어느 (한국)분이 내게 "거 교수는 돈도 많잖아. 돈 좀 쓰지." 하셨다.
중남미교수월급은 형편 없고, 게다가 나는 '교수 뽑습니다'라고 공고가 난 자리에 들어간 사람이 아니라 어쩌다 들어가 10년을 뭉개고/버티고 (?) 있는 사람이라 내 자리를 내 실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늘 연구프로젝트를 붙들고 늘어져야 하고, 그래야 집세도 내고 생활도 하고 (심지어 밥멤버들 밥도 먹이고) 등등의 이유를 그 분에게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도,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집을 빌리려면 보증인을 세워야 하는데 신분도 직업도 불확실/불안정한 동양여자가 혼자 집을 빌리느라 겪어야 했던 이러쿵저러쿵 X@(&% 등등에 지쳐 여차저차 30년 융자로 집을 사야 했던 사정까지 그 분에게 설명할 이유는 더더군다나 없었다.

문득 떠올랐다. 7-8년 전 집을 옮기는데 이삿짐 트럭을 부를 돈이 없었다. 마침 당시에 이사가는 집이 살던 집에서 네 블럭 정도의 거리라 트렁크 두 개에 짐을 싣고 몇 번에 나눠 혼자 미리 짐을 옮겼다. 그런데 악독한 주인아줌마가 나중에 집 열쇠 넘겨주는 날 짐을 못 빼게 하려고 하는 바람에 미리미리 짐을 옮겨 놓지 않았으면 내 짐도 못 찾아 나올 뻔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삿짐 트럭 부를 돈 없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월급 형편 없어도 굶어 죽지 않고 살았고, 자리 없이 들어 갔어도 용캐 뭉개고 버티고 있고, 큰 부자 아니어도 나 하나는 건사하고 살고 심지어 밥멤버들 밥도 먹일 수 있으니 나의 현재는 언제가를 위해 필요한, 다 이유가 있는 감사한 지금일 것이다. 게다가 없어도 '있어보이기까지'하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고?^*

못난이의 도전 123
못난이의 도전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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