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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ly 4, 2012

못난이의 도전 55

한국의 모 언론과 한국학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저는 칠레에서는 한국학자, 한국에서는 중남미학자예요. 한국과 중남미의 문학과 문화를 비교 연구하는게 본래 역할이죠"
라는 말을 했더니 그 말이 기자에게 꽤나 인상적이었던지 글 마무리에 인용했다. 이를 보고 어느 분께서는 "도플갱어 (doble goer) 적이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은 자기인식에 대한 언급이 와닿노라"고 하셨다. 그리고 "경험해 본 사람만 알죠. 그 둘의 사이에 샛강이 아니라 장강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에요" 하셨다.

한국학과는 커녕 아시아학과도 없고, 아시아학을 부전공으로 운영하다보니 우리 아시아학센터 교수들은 이 과 저 과에 소속이 나뉘어 일을 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interdisciplinary, 통섭의 학문은 정말 말이 좋은 것이지 실제로는 얼마나 골치아프고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나 또한 역사학과로 소속이 통합되기까지 문학박사라는 이유로 수업은 문과대에서, 아시아학센터일은 역사학과에서, 그렇게 두 과에 나뉘어 소속되어 이 일은 문과대 학과장과 저 일은 역사학과 학과장과, 다른 일은 아시아학센터 소장과, 다른 일은 또 누구와... 여러 분의 상사를 거느리고 몇 년을 지냈더랬다.

그 뿐인가. 어쩌다 다 때려치우고 한국에 가고 싶단 맘이 들 때 어디 이력서를 내나 하고 뒤져보면, 칠레에 온 이후 내 페이퍼는 모두 한국학관련, 문화관련, 말 그대로 interdisciplinary한 것들이니 스페인어과에는 이력서를 낼 수가 없고.. 도대체 난 누구란 말인가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한국학을 합네, 한국과 중남미의 문화를 비교합네 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감사할 노릇이다. 여러 분의 상사를 모시며 이러저런 일들을 많이 배웠으니 공부하고 일하며 샛강이 장강이 되는 날도 오겠거니 하고 바랄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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