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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9, 2020

이웃집 남자 378

Covid-19로
하세월 이어지는 집콕 세월 중 즐겨 보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 가끔은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가끔은 19금을 넘나드는 장면으로 두근두근하게,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 내가 드라마에 놀아나는 기분이었다.

세간의 논란에 불을 지핀 이혼한 부부의 하룻밤 이야기. 주인공 이태오의 대사.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어쩌고 저쩌고.. 내가 후회한다면 받아줄래?" 이 말도 안되는 대사를 들으며 나는 못지 않게 말도 안되는 이웃남이 떠올랐으니...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나이 지긋한 이웃남. 손자이기에는 좀 크고 자녀들이라기에는 어린 아이들 둘과 종종 함께다. 하루는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나에게 (아니 왜 나한테!) 하소연을 한다. 실은 자기가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났는데, 여자가 임신을 하고 여차저차 이혼을 했다나 (그게 나랑 뭔 상관). 어린 여자와 결혼을 하고 자식 낳고 살아보니 사는게 다 그게 그거더라나 (그러게 바람을 왜 피우냐). 그래도 이제 또 이혼을 하고 재산 분할에 양육비에, 너무 머리가 아파서 그냥 참고 산다나 (그래, 좀 정신 차리고 살아라).

Covid-19으로 집콕 중, 배달 온 야채를 찾으러 1층으로 가는 길에 그와 또 마주쳤다. 대부분은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니 이 아저씨는 굳이 또 탄다. 아무리 우리 둘 다 마스크를 꼈다지만, 나 너랑 얘기하기 싫단 말이야!

그는 또 주절주절 신세타령을 시작했다. 어린애들 둘이 있는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재택근무까지 하려니 돌 것 같다, 그런데 마누라가 쓰레기 버리고 와라, 청소해라, 일을 시킨다, 힘들어 죽겠다...  제발 좀 사람이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는 타지 말라고, 지금이라도 내려 달라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나라도 말을 하지 말자 싶어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심지어 Covid-19이 한창이어도) 맞장구에 끼어들기에 얘기하기 좋아하는 칠레사람들 틈에서는 내 얘기를 할 틈이 없는데, 그런게 다 귀찮은 나는 그냥 듣고만 있으니 이 아저씨가 그리 주구장창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온갖 인생 얘기를 다 한거다. 아. .다음에 또 마주치면 내가 먼저 떠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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