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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December 29, 2013

못난이의 도전 133

아끼던 제자가 뒷통수를 친 일이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해 카대에 입학한 학생이고 나를 잘 따르던 터라 몇 년간 연구/수업 조교로 일하게 했다. "교수님 덕분에 경력도 쌓고 돈도 번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흐뭇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것도 11월 국제한국학세미나를 코 앞에 둔 10월 중순에 좋은 일자리가 생겼다며 (그만두겠다는 것도 아니고) 양다리를 걸치겠노라고 했다. 우리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한국사람들이 얽힌 곳에서 괜찮은 월급을 준다니 자기는 꼭 가야겠다고 했다. 11월말에 그동안 해오던 수업/연구 마치고, 행사도 잘 마무리하고 가는게 어떻겠냐고 하니, "그쪽에서 자기 형편을 봐줘서(?) 11월 말까지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이후에는 풀타임으로 일하게 해줬다, 어차피 교수님이랑 하는 일도 풀타임이 아닌데 내가 양다리를 걸친다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교수님 자료는 안넘길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는 얘가 정말 내가 아끼던 아이가 맞나 싶은 이상한 행동을 계속 했다. 너무 속보이는 짓을 하는 모습이 안스러웠다. 나한테 무슨 대단한 정보가 있다고 그걸 빼내가야 하는 걸까, 안타까웠다. 눈빛마저 달라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어느 사업하시는 분이 페북에 하루 아침에 이직하는 직원들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에 대한 글을 올리셨는데, 그 중 이런 답글이 눈에 들어왔다. "악한 기운이 경쟁사로 넘어간 것입니다. 액땜하신 거고요. ... 오히려 잡초가 제거되어서 잘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못난이의 도전 134
못난이의 도전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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