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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ly 9, 2013

나에게 주는 선물 4

학회가 있어 호주에 갔다.
학회가 끝나고 몇 년 전 호주로 이민간 (한국)친구가 사는 도시에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연결 시간이 애매했다. 호주에 가기 전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을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호텔에서 이메일이 왔다. '당신이 묵을 방은 빌딩 C에 Unit XX, 도착하면 출입문에서 코드를 누르시오.... 열쇠는 방 안에 있습니다... ' '무슨 소리지?' 하고 넘겼다.

도착하니 밤 9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에 갔다. 이상했다. 아무도 없었다. 비슷한 빌딩이 몇 개 있는데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두컴컴한데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택시기사의  도움으로 내가 묵을 빌딩을 찾아 코드를 누르니 출입문이 열렸다. 건물 밖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여러대 보이는데, 건물 안에는 사람 그림자라고는 없었다.

방에 들어가보니 다 갖춰져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택시기사가 건물 코드며 내 방번호를 모두 알고 있는게 걸렸다. 가끔 밖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영어/중국어/베트남어 .... 무서워서 샤워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새벽에 공항에 가려면 택시를 예약해야 하는데 방에 전화기가 없었다. 호텔에서 남긴 메모에 긴급전화번호가 있길래 아이패드로 skype을 연결해 전화를 하니, 택시 예약을 해주는게 아니라 택시회사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가뜩이나 호주에 머무는 며칠 간 호주 영어에 좌절하던 나는 (역시 인도사람으로 추정되는) 택시회사와 전화를 하며 말그대로 절망했다. 와트 유아 나임 (What's your name?), 도대체 이건 무슨 소린가. 게다가 호주컨센트를 친구 집에 두고 왔는데 내 아이패드배터리는 50%를 가리키고 있었고 전화 한 통 할 때마다 49, 48, 47%...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새벽 공항에 도착하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호텔에서 무서움에 밤새 한 숨 못자 벌건 토끼눈으로 생각했다. 학회 끝나고 주말 하루 놀았는데 이리도 혹독한 대가를 치루다니, 난 놀면 안되나!!!!!!!!


2013년 호주 Canberra

나에게 주는 선물 5
나에게 주는 선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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