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공부 중이라는 K라는 분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나에 대한 기사를 봤고, 학회가 있어 칠레에 가는데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종종 '도대체 이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는 사람들로부터 메일을 받는데 가장 좋으면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인지라 대부분의 경우 나는 답을 하지 않는다. 학회가 있어 칠레에 오는데 날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웬지 메일 내용에 신뢰가 가고 난데없는 호기심까지 발동해서 선뜻 만나겠다고 했다.
우리는 타향살이하는 이런저런 얘기를 꽤나 오래 나누었다. 나는 신문지상에 소개되는 화려한 결과물 뒤에 숨은 백조의 발길질에 대한 얘기를 했다. 나는 그저 '살고' 있는데 나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라 평해주는 그녀에게 사는게 다 행동에 옮기는거 아니냐고 개똥철학까지 펼쳤다.
블로그에 보니 종종 사람들 불러 밥을 해주시는 것 같더라며 그녀가 먹거리 몇 가지를 선물했다. 아일랜드에서 유명한 상표라는 캬라멜은 말그대로 이름값이 무색하지 않게 맛이 있었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온 (한국)사람으로부터 메밀국수를 선물 받으니 기분이 꽤나 묘했다. 가끔은 한번쯤 모른척 믿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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