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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ugust 29, 2012

이웃집 남자 58

지하철에는 자잘한 소매치기들이 많아서 특히나 주의를 한다.
외투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을 때에도 꼭 손에 쥐고 있곤 한다. 어느날 지하철을 타니 마침 자리가 났길래 얼른 가서 앉았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 가방을 무릎에 정리하고 주머니를 보니 어라, 핸드폰이 없는 거다. 순간 어디서? 하는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남자, 왼쪽 옆에 서 있는 여자, 모두 의심이 간다. 일어나 자리를 살펴보고 의자 밑도 살펴보고 수선을 떨었지만 보이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무슨 일이냐길래 핸드폰이 안보인다고 하니 "잘 찾아봐요. 지금 너무 당황해서 더 눈에 안띄는 거에요" 한다. 고마운 생각이 든다.

수선을 떠는 사이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께서, "자켓 아래 뭔가 있는데?" 한다. 세상에나.. 자켓 주머니에 구멍이 났는데 핸드폰이 그 사이로 빠져 옷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때부터였다. 고마운 옆자리 남자가 짜증나기 시작한 건. "이래서 당황하면 안되는 거에요. 거봐요, 찾았잖아요. 난 이래서 아예 구식 핸드폰을 써요. 잃어버릴까봐 조심스럽고 잃어버리면 화나니까. 그냥 전화 기능만 된다면 구식이 나아요...." 그는 끝도 없이 말을 했다 (아... 누가 칠레남자 아니랄까봐 말을 멈추지를 않냔 말이다)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고 나는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꿋꿋했다. 그리고 그의 이 한마디는 말 그대로 내 뚜껑을 열었다."그래도 찾아서 다행 아니에요? 나중에 손자들에게 해 줄 얘기거리 하나가 늘어난 거잖아요."  가뜩이나 그 날 아침 흰머리 세 가닥을 뽑고 하루 종일 우울했던 나는 내릴 정거장도 아닌데 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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