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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pril 12, 2012

이웃집 남자 39

그나마 칠레살이에 정신 좀 차릴 무렵이 되었을 즈음, 한국에서처럼 '내 수저'로 밥을 먹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식구들 각자 자기 수저가 있는데 칠레에선 그냥 세트로 사놓고 이거저거 섞어 쓰는 것이 갑자기 싫증이 난 모양이었다.

방학에 한국에 갔을 때 어머니께 "저 수저 한벌만 해주세요" 하고 말씀드리니 어머니께서는 말씀드리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남녀수저 한 벌씩을 내주셨다. "남자 건 뭐하게요?" 하니 "무슨 소리야. 누구 생기면 이거 줘야지, 어떻게 아무거로나 먹으라고 해" 하셨다.

태생적으로도 효녀는 아니지만, 아직도 이 나이 먹은 딸이 다시 결혼이라는 걸 하길 바라시는 어머니 마음이 안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해드릴 자신도 없어 내 마음도 서늘해졌다.

"귀찮게 뭘 그런걸 또 해요. 그냥 좋은 친구 있으면 같이 살까? 난 다시 누굴 만난다면 한국남자면 좋겠는데, 친구들이 한국남자들은 외국에 오래 산 나같은 여자 싫어한대요. 게다가 나같은 일벌레를 누가 좋아해... 그냥 한국이든 어디든 좋은 친구 하나 두었다 가끔 만나고 그러다 나중에 같이 여행이나 다니면 좋겠어요"

이 말에 어머니께서는 말 그대로 '식겁'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미쳤니? 아니 그리고 어떤 정신빠진 녀석이 너만 바라보고 기다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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