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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14, 2011

못난이의 도전 21

2010년 국제한국학세미나를 한 달 여 앞둔 때였다. 학술대회 전반적인 준비, 발표를 하네 안하네 몇달 째 속을 썩이는 분 어르고 달래기(?),
 2008, 2009 학술대회 발표논문을 추려 책으로 낼 준비, 그리고 내 발표 페이퍼 준비 등등으로 몸도 마음도 정신이 없던 무렵이었다.

매년 발표 초록은 안보내고 자기 발표를 미리 확정지으시는 교수님이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그 해에도 어김없이 점심 먹으며 얘기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발표 한다는 소리군.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답을 하자 발표를 하네 안하네 속 썩이던 분으로부터도 발표 확정 메일이 왔다. 책 마지막 교정도 끝냈다. 휴... 몇달 째 속썩이던 일들이 하루에 해결되자 마음이 늘어졌다.

교수님과 점심을 먹는데 내 뒤쪽으로 젊은이들이 몇 명 앉았다. 내 앞에 앉아 계시던 교수님이 자꾸 그들을 쳐다봤다. "내 제자들인가? 날 계속 보네."하면서. 밥을 다 먹고 일어나는데 옆 의자에 아무 생각없이 놔둔 핸드백이 안보였다. 그제서야 아 아까 걔들... 했다.

자잘한 소매치기들이 많아 누가 오면 가방 간수 잘 하라고 늘 주의를 주곤 했는데 정작 내가 아무 생각없이 의자 옆에 가방을 무방비로 놓다니.. 기가 막혔다. 밀린 일들이 한꺼번에 해결되고 학교 안이라 방심했던게 잘못이었다. 신분증, 도서관출입증, 카드 등등 모든 서류가 다시 나올 때까지 약 3주가 걸렸다. 남의 나라에 살면서 신분증이 없을 때 느끼는 불안함, 돈 없는 것 보다 더 무서울 때가 있다.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있던 Y가 돌아가는 날 소매치기를 당해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까 안스러웠다.  늘 그렇다. 나도 내가 이제 좀 적응이 되었나? 아차 방심하면 무슨 일이 생겼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다른 나라에 들렀다는 그 녀석에게 보내주려고 칠레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슈퍼에서 깡통김치통조림이라는 걸 사봤다. 지진 나고 한국에서 보내 준 우황청심환도 챙겨봤다. 나는 어쩌다 한국에서 날아오는 사소한 소포가 너무 반갑고 기쁜데 그 녀석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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