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부터 격변하는 한국역사에 대해 설명할 때 흔히 우리 외할머니의 예를 들곤 한다.
조선 말기 양반가에서 태어나 이후 일제침략,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를 다 경험하셨다는 얘기, 일제침략시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다는데 대한 외가의 자부심, 한국전쟁 당시에도 자식들 공부를 위해 양반댁 따님이 다른 사람들의 한복을 짓고 꽈배기를 만들어 팔았다는 얘기를 어릴 적 지겹도록 들었다는 얘기를 학생들에게 해주면, 어떻게 한 사람이 그 모든 격변의 세기를 다 살 수 있는지 놀란다. 전쟁을 아는 세대와 모르는 세대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 외할머니의 예를 들면 학생들이 금새 이해를 한다.
문과대에 다니는 (칠레)학생 L은 윤흥길 님의 "집단자살"을 주제로 학사 졸업논문을 썼다. 오늘 "저 논문 통과했어요" 신이 나서 말한다. "심사 교수님이 한국역사를 잘 이해를 못해서 교수님 (나) 외할머니 얘기를 예로 들었더니 금새 이해하시던데요" 한다. 이런...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너 우리 외할머니 얘기 덕에 논문 통과했으니 한 턱 어떻게 낼래?" 하니 "이번 세미나 Junior Pannel에서 확실하게 보여드릴게요!" 한다.
할머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못난이의 도전 14
못난이의 도전 12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