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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24, 2011

칠레미장원탐방기 2

어느 12월이었다. 학기도 끝나가고 1년 치 피로가 몰려와 피곤하기도 하고, 또 연말이구나, 무덤덤한 척 울적할 무렵이었다. 피곤할 틈도 없이 방학에 해야할 일들이 몰려올 무렵이기도 했다. 친한 (한국) 교수님 한 분이 메일을 주셨다. 몸도 마음도 전같지 않고 폐경이 오는지 이런저런 증상이 나타나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그 메일을 받고 갑자기 우울해졌다. 연말연시와 겹쳐 우울함이 더했다. 거리에 나가니 온통 혼자 거리를 걷는 할머니들만 눈에 띄었다. 내가 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분도 나이듦을 안타까워 하는데, 난 여기서 혼자 이렇게 죽어라 일만 하다 늙겠구나, 서러움이 몰아쳤다. 그 날 따라 거울을 보는데 흰머리까지 하나 눈에 띄어 내 기분은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그러나 그 다음 어느 모임에서 동양사람들 나이 가늠 못하는 한 외국이웃남이 " 너 서른은 되었니?"하는 그 한마디에 난 또 금새 히죽히죽 기분이 좋아졌다.

주책맞은 노인네들을 보며 '곱게 늙자'가 한동안 내 화두였었다. 어차피 누구나 먹는 나이인것을,  이왕이면 곱게, 잘,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아마 나는 그냥 누군가 또 어리게 봐주면 히죽히죽 좋아하는 철없음을 버리지는 못할 것 같다.

칠레미장원탐방기 3
칠레미장원탐방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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