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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7, 2020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484

서울살이 1: 2020년 9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서울대학교 규장각 국제한국학센터에서 규장각펠로우(객원연구원)로 일하게 되었다 (기간 중 칠레가톨릭대학교와 dual-job). 칠레살이 만16년 5개월 동안 독일에 한 학기 동안 가 있던 기간을 제외하고 칠레를 이렇게 장기간 떠나기는 처음이다. 어떤 이유로든 칠레를 떠날 때의 시나리오에 피난 보따리 싸듯 트렁크 두 개 들고 시위와 전염병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은 없었다. 학기 마치자마자 가자에서 일단 피하고 보자 결심하기까지의 고민도, 우연히 공고를 보고 한국리듬에 맞춰 허걱허걱 지원 준비를 하는 일도, 트렁크 두 개에 들어갈 것들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도, 비행기 탈 때까지 가슴 졸이는 일도, 물론 각본에 없었다. 작전 수행하듯 비행일정을 잡고 항공권 구입하는 일을 도와준 친구부터 염치불구한 급작스런 부탁에도 추천서를 써주신 분들까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도움을 받았다. 작년 10월 시위 이후의 간헐적 집콕과 올 3월 중순부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130일의 공식적 집콕, 꼬박 만 이틀간의 한국행 여행, 그리고 두 주 간의 격리를 마치고, 이제 걸음마 배우는 아이처럼 바깥 나들이 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내가 길을 걷고 있다는게 꿈만 같다. 갑자기 우리말을 많이 하니 턱관절이 거북하고 분명 우리말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말들도 다시 배우고 있다. 지하철에서 행여나 누가 훔쳐갈세라 가방을 앞으로 꼭 붙잡고 있으니 사람들이 흘끗흘끗 쳐다본다. 다 아는 것 같은데 다 모르겠는, 익숙하지만 낯선, 새로운 세상에서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485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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