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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24, 2014

못난이의 도전 171

전에 한국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칠레를 담당한다는 아시아권 모 국가의 외교관이 이메일을 보냈다. 언젠가 칠레외교부 행사 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는데, 칠레연휴기간에 출장을 오는데 점심이나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 흠....

외교관이고.. 게다가 아는 분의 친구라 거절하기도 애매하고, 그러나 연휴 기간에 출장을 오는 것도 그렇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굳이 식사까지는 할 필요도 없고 만나자는 의도(?)도 확실치 않아 다음과 같이 답을 보냈다:

First of all, I would like to prepare the specific aspects that you are interested in before we meet. Please let me know.  Since you must be very busy, why don't we have a cup of coffee or tea on Saturday afternoon, about 4 or 5 pm.

그런데 이건 뭐지?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보내왔다. 


1)      Current state of Chile’s interest in Asia-Pacific.  How does it compare with Chile’s interest in the US and Europe?
2)      How does ASEAN feature in Chile’s understanding/imagination of AP?
3)      What personalities or organizations or issues drive Chile’s interest in AP?
4)      Specifically, what is the domestic political dynamic in Chile’s interest in AP?

I don’t mean to give you work, just to get your impressions. I look forward to the discussion.

이 얘기를 하니 밥멤버들이 깔깔대고 난리가 났다.  "교수님, 강적을 만나셨어요. 메덕스가 되시느냐, 박찬호의 한만두가 되시느냐, 기로에 서셨군요!" 

약속 시간에 그를 만났다.  그의 상큼한 질문을 살짝 기대했더랬다. 그런데 이런,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자리가 아닌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pisco sour를 시켰다. 뭐야 이 X... (여기까지는 이걸 이웃집남자에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자마자 온통 칠레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가 유부남이든 아니든, 나이가 몇 살이든, 그리 나쁘지 않은 내 시구를 멋진 안타로 받아친 그의 질문은 꽤나 매력적이었으나.... 그냥 거기까지였다. 대!실!망! 이제까지 근무지/담당국가는 주로 아시아여서 일하기가 너무 편했는데 칠레와는 도대체 되는 일이 없고, 답이 없고, 너무 느리고..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나에게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는건 어떠시겠어요? 누구누구를 만나보시면 도움이 되실텐데요. 등등등" "아, 근데 칠레사람들은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교수는 좀 존경을 받나요? 도대체 외교관을 대접할 줄 몰라요. 도대체 칠레사람들과 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뭔가요?" 내 대답? "Be patient. This is Chile. 그리고 저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그런데 이 투덜이.. 가려는 나를 붙잡고 비굴하게 악수를 청한다. 오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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