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하고 있는 칠레가톨릭대학교에 처음 발을 내밀 무렵,
백인엘리트들이 모인 학교 분위기에 괜히 주눅이 들었더랬다. 그 무렵 아시아권에서 오는 교환학생들이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외국학생이 오면 봐주는 분위기가 아닌, 수업에 방해가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와 수업이 끝나면 쌩하고 사라지는 칠레학생들, 동아리 개념의 부재 등을 보며 '이건 뭐지'하고 당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 2학기. Study Group ASIA의 탄생.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아시아/칠레 학생들에게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에는 아시아프로그램 (지금은 아시아학센터) 소장님에게 프로포절을 제출했다. 내가 이 학교에서 제일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고, 아시아프로그램이 소속된 역사지리정치학부의 당시 학장님께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나에게 학교이메일을 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 모임 때마다 학생들에게 자기 문화를 소개하도록 시키기도 하고, 소규모 영화제도 하고, 심지어 2011년부터는 아시아/칠레학생이 짝을 이루어 영화선정/번역/자막달기 등의 작업을 하게 한 후 영화제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발표스케쥴을 짜고, 영화번역할 학생들 꼬시고 어르고 달래기 등등.
정규수업도 아니고, 매 학기 아시아에서 몇 명이나 교환학생이 올지, 칠레학생들은 몇 명이나 올지, 예측불허의 이 모임이 2013년까지 거의 8년을 이어오고 있다. 어느 학기에는 학생들이 너무 적어 이제 그만두어야 하나 싶으면 또 다음 학기에는 수십명이 몰리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용케 유지되고 있다. 너무 바빠 정신이 없을 땐 내가 왜 내 시간 빼앗겨 가며 이 힘든 일을 하나 할 때도 있지만, 이 모임을 통해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고 얻었다. Study Group ASIA 운영에 대해 어느 학회에서 발표를 했는데 내 발표가 50개가 넘는 발표 중 6편을 선정해 출판하는데 뽑히기도 했고, 이 '이상한' 그룹이 유지되는 것을 신기해하는 (?) 덕에 학교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내가 나오라니 울며 겨자먹기로 나오기도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 1~2년이 지나면 그때 그 추억이 정말 소중했노라 가끔 인사를 전해오기도 한다. 어느 주말, 녀석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니 불금을 거하게 보낸 모양이었다. 웃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는 Study Group ASIA에 참가하는 칠레학생들은 나중에 외교관, 기자, 교수, 회사원.. 등이 되어 칠레사회를 이끌어 갈 테고, 그들이 꼭 아시아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아시아에 대한 애정을 깊이 간직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시아학생들은 자기 나라에 돌아가 언제 어디서고 중남미와 연결되는 일을 할 것이다. Study Group ASIA. 흠.. 갑자기 내가 뭐 제법 괜찮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 좋은걸.
Study Group ASIA 2013년도 1학기 모임 사진:
http://koreaconsilience.blogspot.com/2013/07/study-group-asia-2013-1.html
그들의 도전 100
그들의 도전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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