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1회 국제한국학세미나를 조직할 무렵이었다. 지금만큼도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절절 매고 있을 때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시는 어느 (한국)분과 마주쳤다.
회사에서 보내줘서 오셨다고 그저 인사만 나눈 사이였는데 워낙 힘들었던 터라 "힘들어요 힘들어요" 신세타령을 했나보다. 당신이 회사에서 비슷한 행사조직을 많이 해보셔서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고 나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어려움까지 헤아려주셨다. 그리고 세미나 당일 아침 양복을 차려입고 나타나셨다. "이런 날 인원동원이 제일 어려운 거에요" 눈물나게 고마웠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 근무하시는데 얼마전 안부를 물으시길래 "세미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양복입고 나타나 주신게 벌써 2년 전인가요? 벌써 4회 째인데 어째 일은 줄어들지 않아요." 했더니 "일이야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죠. 그래도 노하우가 있으니 잘 하실 거에요." 하시면서 "조직적으로 시스템화된 것도 아니고" 라고 말씀하시는데 조직적인 시스템 아닌 곳에서 나름 조직적으로 하느라 애쓰는 걸 몇 사람이나 알까 싶어 그 마음씀이 너무 고마웠다.
칠레는 중남미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다. 차이가 있다면 '급한 일, 중요한 일'의 개념이 약간 다르고 내가 이곳 출신이 아니다 보니 헤매는 정도가 더 심한 탓일 게다. 그래도 누군가는 도와주고 누군가는 헤아려주고, 그래서 이만큼을 해오고 있는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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