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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23, 2011

못난이의 도전 6

- 얼결에 직장이 된 곳
나는 칠레가톨릭대학교가 어떤 학교인지도 잘 몰랐었다. (이렇게 좋은 학교라는 걸 알았으면 겁이 나서 이력서를 못 넣었을거다) 그냥 이력서 들고 이리저리 다니다 우연히 일하게 된 학교였을 뿐이다. 몇 개월째 일자리를 찾아다니느라 지쳐 있을 무렵 지하철에서 내려 캠퍼스를 보는 순간 너무 예뻐서, "와.. 여기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얼결에 개최된 국제한국학세미나
2008년. 너무 힘든 한 해였다. 그 누구도 내가 칠레에 머무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프로젝트를 따게 되어 1년만 더, 1년만 더 하던 것이 얼결에 교수도 되었다.
그 해에는 유달리 힘든 일이 많았다. (내가 온갖 고민을 끌어 안고 내 신세를 볶기도 했다.)  생각했다. 그래, 까짓거, 일 벌이자. 그래서 잘되면 좋은거고 안되면 이 나라 뜨면 그만이지. 그래서 벌인 일이 국제한국학세미나였다.

조직까지는 어지어찌 혼자 하였으나 행사가 다가오자 정작 당일에는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전에 내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러이러한 일을 하는데 그 날 나 좀 도와달라고. 행사는 9시에 시작인데 시간이 되는 사람은 8시까지 와주면 좋겠노라고. 스무 명 정도의 학생들이 답을 해왔다. 칠레에 연수 차 와 있던 P경감이 학생들에게 유니폼을 입히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그럴 돈은 없어서 청바지에 하얀 티를 입고 오라고 했다. P경감이 자원봉사 학생들 주라고 빨간 모자를 선물해주었다.

행사 당일, 오전 8시에 학교에 도착하니 15명의 학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바지에 하얀 티를 입고...  오전에는 늦잠을 자서, 수업 때문에 등등 하며 오후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와서 일을 도왔다. 그리고 자기들을 Team Korea라고 이름지었다.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을 때 시내에서 (한국식)스시집을 운영하시는 D사장님께서 "아이들 데리고 오세요"라고 하시더니 노래방까지 내주셨다.

그렇게 시작된 국제한국학세미나가 올해로 4회째가 된다. 늘 그렇듯 난 11월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할 일이 너무 많아 오래 잘 수 없고 긴장이 되어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게다가 요새는 이렇게 블로그질까지 하고 있다) 

가끔 억울하고 화나고 힘이 들 때 하얀 티에 청바지를 입고 나를 기다리던 학생들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보다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힘들다고 징징대는건 너무 복에 겨운 소리다.

"이게 이 학교에서 내가 하는 마지막 일이야" 라고 거의 매일을 화내고 투덜거리던 나에게 (칠레)친구 C가 그랬었다. "아마 1회 세미나가 될걸?"



못난이의 도전 7

1 comment:

Soonjoo Lee said...

여기도 좋아요! 기능이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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