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Friday, October 26, 2012

잘 먹고 잘 살기 62

(칠레) 친구 생일에 갔다.
그녀는 늘 직접 만든 케잌으로 우리를 감동시키곤 한다. 역시 올해도 그녀는 초콜렛과 딸기잼, 크림이 잔뜩 들어간 홈메이드케잌을 만들었다. 이거저거 먹고 배가 제법 불렀지만, 다른 친구들이 "어머어머 너무 맛있다, 한 조각만 더" 하는 분위기라 나도 한 조각을 더 먹었다.

그게 탈이었다. 배가 살살 아파왔다. 화장실에 갔는데 세상에 이게 뭔가, 변기 안이 온통 붉은 빛이었다. 핏빛이라고 하기엔 선명하고 뭔지 모르겠으나 붉은색 탄산음료 색이었다. 잠시 후 다시 화장실에 갔다. 여전히 붉은 빛이었다. 집에 와서 또 화장실에 갔는데도 역시나.. 다음날 아침까지 그랬다.

아.. 어떻게 하나, 내가 무슨 중병에 걸린 걸까 생각하다 갑자기 떠올랐다. 그 징한 초콜렛딸기잼케익이. 집에서 만드니만큼 초콜렛이고 딸기잼이고 크림이고 아끼지 않고 넣어 만든 케잌이었다.

학교에서 (칠레)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이러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요새 자꾸 허리가 아파서 의사한테 물어보니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고 맛사지하는 사람 말이 근육이 잔뜩 뭉쳐있다고, 일이 너무 많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이래" 하고는 웃으라고 화장실 사건!을 이야기해주었다. 친구는 갑자기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Wonjung, 너 혹시 요로결석 아닐까? 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허리나 옆구리가 아프면 확실한거야!"

아.. 나 어떻게 해. 여기서 이렇게 홀로 살며 죽도록 일만하다 결국 피똥을 싸고 죽는구나, 온갖 걱정을 싸짊어안기 시작했다. 한국에 있는 한의사친구한테 하소연하는 메일을 보냈다. 내 증상이 어쩌고 저쩌고.. 친구의 답, "나이가 들면 그래"

잘 먹고 잘 살기 63
잘 먹고 잘 살기 61

2 comments:

Unknown said...

아 교수님.... ㅠㅠ

Wonjung Min 민원정 said...

상아야.. 나 정말 우울했단다.. 화장실에서(?) 보다 친구 메일에 더 ㅋㅋ

Post a Comment